표절을 피하는 인용과 패러프레이징 원칙

표절은 대부분 의도적인 부정행위가 아니라 인용 처리를 몰라서 발생합니다. 첨삭을 하다 보면 성실하게 조사하고 열심히 쓴 원고인데도 인용 처리가 미흡해 위험한 구간이 남아 있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밝혀야 하는지, 어떻게 바꿔 써야 안전한지를 정리했습니다.

표절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많은 분들이 "원문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지 않았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 표절로 보는 범위는 그보다 넓습니다.

이 중 세 번째 '아이디어 표절'이 가장 놓치기 쉽습니다. 문장을 완전히 새로 썼더라도 그 생각이 내 것이 아니라면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출처를 밝혀야 하는 기준

판단 기준은 간단합니다. "이 내용을 내가 스스로 알아낸 것인가?"를 물으면 됩니다. 아니라면 출처가 필요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일반적 지식(common knowledge)으로 통하는 내용은 출처를 생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같은 사실이 여기 해당합니다. 판단이 애매할 때는 다음 기준을 써 보세요.

같은 분야의 개론서 여러 권에 출처 없이 등장하는 내용인가?
→ 그렇다면 일반적 지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연구자의 조사·분석 결과인가?
→ 반드시 출처가 필요합니다.

애매하면 밝히는 쪽을 택하세요. 출처를 과하게 밝혀서 감점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빠뜨려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단어 치환은 패러프레이징이 아니다

가장 위험한 오해입니다. 유의어 사전을 켜 놓고 단어를 하나씩 바꾸는 것은 패러프레이징이 아니라 짜깁기 표절입니다. 표절 검사 프로그램은 이런 패턴을 잡아냅니다.

원문: 학습자의 자기효능감은 과제 지속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짜깁기: 학습자의 자기효능감은 과제 지속성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구조가 그대로입니다. 단어만 바뀌었을 뿐 문장의 뼈대가 원문입니다.

✓ 패러프레이즈: Kim(2021)에 따르면,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한 학습자일수록 어려운 과제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 문장 구조가 재구성되었고 출처도 밝혔습니다.

차이는 명확합니다. 제대로 된 패러프레이즈는 원문의 문장 구조까지 달라집니다. 그리고 바꿔 썼더라도 출처 표기는 여전히 필요합니다. 이 점을 놓치는 분이 많습니다.

안전하게 바꿔 쓰는 4단계

실무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문을 보면서 쓰지 않는 것입니다. 다음 순서를 권합니다.

  1. 읽고 이해한다 — 원문을 두세 번 읽어 핵심 주장을 파악합니다.
  2. 덮는다 — 원문을 창에서 닫거나 뒤집어 놓습니다. 이 단계가 핵심입니다. 보면서 쓰면 구조가 따라옵니다.
  3. 내 언어로 쓴다 — 기억에 남은 내용을 자기 문장으로 씁니다. 이때 "누가, 무엇을 발견했고, 그것이 내 논지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의 순서로 쓰면 자연스럽게 재구성됩니다.
  4. 대조하고 출처를 단다 — 원문을 다시 열어 사실관계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우연히 원문과 같아진 표현이 있으면 고치거나 따옴표를 붙입니다. 그리고 출처를 표기합니다.

2단계를 건너뛰면 아무리 조심해도 원문 구조가 남습니다. 번거로워 보이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글 쓰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해한 내용을 자기 말로 쓰는 것이 원문을 변형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인용 형식 자체가 헷갈린다면 APA 7판 인용법 정리를 함께 보세요.

자기표절도 표절이다

"내가 쓴 글인데 왜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학기 중 여러 과목에 비슷한 주제의 과제를 제출하면서 이전 글을 재사용하는 경우입니다.

과제는 그 과제를 위해 새로 수행한 작업을 평가합니다. 이미 다른 과목에서 학점을 받은 글을 다시 제출하면 중복 제출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같은 주제를 다뤄야 한다면 담당 교수님께 미리 알리고, 이전 글을 인용 형식으로 밝히면 문제가 없습니다.

표절률 숫자에 대한 오해

표절 검사 프로그램이 내놓는 유사도 숫자를 절대 기준으로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몇 가지 짚어 둘 점이 있습니다.

CEA에서는 인용 처리가 미흡해 표절로 오인될 수 있는 구간을 표시하고 수정 방향을 제안합니다. 다만 학교에서 요구하는 공식 표절률 검사 결과지를 대신 발급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학교나 공식 기관을 통해 직접 받으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원칙은 두 가지입니다. 내가 알아낸 것이 아니면 출처를 밝힌다, 그리고 바꿔 쓸 때는 원문을 덮고 쓴다. 이 둘만 지켜도 대부분의 위험은 사라집니다.

위험한 구간을 표시해 드립니다

인용 처리가 미흡한 부분을 짚고 수정 방향을 함께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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